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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일 오전 11시, CP1팀에 홍대리 말고 아무도 출근을 안 했다.
실장 : 다들 왜 없어?
대리 : 새벽 3시에 사우나 갔습니다.
실장 : 뭐하느라?
대리 : 자뻑이요.
실장 : 아, 오늘 업뎃 날이었나?
대리 : 예. 다 투베에 다 올렸습니다.
실장 : 수고했어. 폰 안 모자라고?
대리 : 3개 플랫폼 각각 50대로 됩니다.
실장 : ㅇㅇ. 경비 영수증 올려.
이게 뭔소리냐고?
무려 20년전 3G시절 이동통신 최초의 모바일 컨텐츠서비스 -
핸드폰 바탕화면 캐릭터 다운로드, 벨소리 다운로드, 컬러링 서비스하던 시절.
회사 차원에서 저지르던 ‘자뻑’ 얘기임.
그때도 투베 - 상위 페이지에 노출이 돼야 다운로드 수가 많아지니까
CP회사에서 다운로드용 폰을 사서 직원들이 하루 종일 주작을 했었음.

'주작'이란?
주작(做作)[주ː작]
명사 : 없는 사실을 꾸며 만듦.
당시 핸드폰 컨텐츠 다운로드 플랫폼은 skt랑 ktf랑 lgt 세개.
당시 CP(Contents Providing)는 다날, 유엔젤 같은 통신사 출신이 나와서 만든 회사랑 금영, 태진 같은 노래방 기계 만들던 어디 등등 몇 개였고 이들끼리 상위에 노출 시킨다고 치열한 주작의 밤을 보냈지.
지금으로 치면 웹소설 연재사이트에 투베(투데이베스트)에 올라야 한다는 건데,
그걸 매니지가 전담 직원을 두고 업무로 했다는 얘기.
당시에도 지금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CP가 아니면 컨텐츠를 개인이 못 올렸음.
그래서 CP끼리 경쟁인데 자사 컨텐츠가 상위에 올라가야 진짜 구매가 따라 일어나니까 컨텐츠팀까지 돌려가며 주작을 했던거였음.
‘자뻑’이 지금 용어로 ‘주작’. 즉 스스로 구매를 하는거.
그때 캐릭터나 멜로디 하나가 100원이었거든?
근데 그걸 통신사 플랫폼이 30프론가 40프로를 떼어가.
그럼 나머지 70이 CP꺼잖아.
그럼 1000개 받아봤자 10만원인데 3만원 플랫폼 떼어줘도 결국 7만원은 cp한테 다시 돌아오거든.
대신 첫날 3만원 써서 투베에 올리면 노출이 되고, 하나에 100, 200만원씩 돈을 벌게 되는거지.
그런게 100개면 얼마겠냐?
그래서 CP들이 자기 돈 써가면서 유료 다운로드를 열나게 받았었지.
당시 폰 좌르르 깔아두고 자뻑하면서 “내가 이러려고 대학을 나왔나 자괴감이 듭니다.”했던 매니저들이 떠오름.
10여년 후.
파견 다녀오고, 업종도 바뀐 사이
웹소설 쓰면서 판 돌아가는 걸 보던 중에, 주작하는 작가나 에이전시가 있다는 얘길 들었다.
어째 예전이랑 비슷하게 돌아가는건가 싶기도 하고...
그런데 닳고닳은 CP들이나 하던 짓을
창작자들이 하는 경우가 있다는게 참....
지금 그들은 클릭을 늘릴 때가 아니고 실력을 늘릴 때인것을.
주작얘기 나오길래 걍 생각나서 괜히 뻘소리 씀.
나중에 궁금하면 주류회사 맥주 소주 밀어내기랑 그 외 주작 비슷한 얘기들 더 풀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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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작 세력을 잡지않는 건 마스터CP의 방조도 원인이었음.
마스터CP란 이동통신사에서 CP들을 관리하라고 선임회사를 지정하는건데
이건 각 통신사의 가족이나 관계자가 만든 회사로 소위 '빨대'임.
예로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온 재벌가 '몰아주기의 구조화'라고 할까.
마스터CP를 심사한다고 경쟁PT를 하긴 해.
미리 빨대는 정해져있는 건데 말이지.
그러므로 경쟁PT는 명분이고, CP들의 운영 노하우를 그대로 가져가기 위한 것임.
기획서를 다 받아서 그대로 빨대회사로 넘겨주는거 ㅇㅇ.
그러고보면
- 출판사가 자사 책 밀어내기 해서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만들기
- 국정원 댓글부대로 여론 조작하기
- 뉴스 댓글 알바로 조회 수 높이기
- 신천지나 통일교가 권리당원 가입해서 우호적인 당 대표 몰아뽑기
- 유튜브 매트로 돌려 조회 수 높이기
-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개표 조작
- 주식 통정매매 등 주가조작도 그렇고...
우리나라가 다방면에서 '주작의 기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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